
100억규모 투입 HW자원 통합사업 추진
공간 3분의 1 절감… 운영비 절약 효과도
◇사회=최근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전기요금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다.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전력 소비가 많아 전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면서도 이 때문에 큰 비용부담이 뒤따른다. 지난달 정부에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의 적용 기준을 현행 일반용에서 지식서비스산업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업계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선안과 관련한 정책적인 요구 사항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김효성(공주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IT분야는 고효율성과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도 정보통신정책을 살펴보면 데이터센터에 연간 평균적으로 소비되는 전력은 2만㎾로 아파트 7000가구가 소비하는 수준과 맞먹을 정도로 전력 효율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력은 메인 시스템에서 소비되는 것 외에 냉각 시스템에 활용되는 양도 있는데 전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전력 자체뿐만 아니라 냉방설비의 비중을 줄여 경제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전력 효율성 제고는 데이터센터의 고집적도도 향상시킬 수 있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의 에너지 이용효율이 일본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제부터라도 전력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와 함께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연ㆍ가용ㆍ효율ㆍ보안성 4박자 고루 갖춰야"
◇박종암=현재 우리나라는 농경 사회에서 시작, 산업화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다. 그동안 시대의 변천에 따라 각 사회의 환경에 맞는 정책은 뒤따라 왔다. 이는 1970~1980년대 산업화시기에 산업 육성을 보다 활발히 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 및 통신 요금 등 산업화에 타깃을 맞춘 정책이 시행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정책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전기요금만 보더라고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고 산업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전기요금체계는 1ㆍ2차 산업으로 나눈 과거의 시각에서 책정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산업에는 보다 새로운 시각의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궁민=그동안 전력 요금 체계가 산업용으로만 국한돼 운용되다 보니 IT산업 쪽을 감안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도 IT산업의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판단, 지식서비스용 전력이라는 특례조항으로 전기요금을 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실질적인 조정 시기가 현재로서 유동적이지만 방침이 정해진 만큼 정부의 인식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공간 문제는 전력과 함께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이다.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위한 HW 장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의 공간도 포화되고 증설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화가 데이터센터의 공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술로 부각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접목 및 시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의 현황은 어떠한가.
◇강중협=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도 공간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전 센터의 경우, 올해 100억원가량(전력부분 70억원 포함)을 투입해 기반시설들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추세로 보면 2년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광주 센터는 향후 5년을 내다보고 기반시설을 증설했지만 1년이 채 경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80%나 차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조만간 100억원 규모로 추진 예정인 하드웨어(HW) 자원 통합사업을 통해 센터의 공간(상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서버를 기준으로 통합 공간을 3분의 1이상을 절감할 수 있고 공간이 포화되는 시점도 5년 이상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HW 자원비용 뿐만 아니라 운영관리 비용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효성=데이터센터의 공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체 `발열 손실'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버 제품 및 기반 설비의 전력 효율화 및 발열 감소를 통해 열을 식히는 냉방 등 공조시스템 설비를 감소시킬 수 있어 이는 결과적으로 공간의 효율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본에서는 발열 손실을 7% 절감할 경우, 전력 요금은 20%, 공간은 50% 줄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열 발생 감소가 데이터센터의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사회=데이터센터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모호한 산업분류 체계와 주무부처 부재 등으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초적인 틀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T업계에서는 그동안 데이터센터가 규모나 성격에 따라 부동산 및 임대업이나 호스팅 및 관리 서비스 업종 등으로 혼재돼 분류됐으며 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들은 상면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부동산 임대업종에 속해 있는 등 IT와는 거리가 먼 업종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제기한다. 다양한 IT인프라가 집적되는 데이터센터를 별도의 산업 군으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경석=이러한 현실은 기업의 전산실 수준에서 출발한 데이터센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낮은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해가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IT강국 코리아를 이야기 하지만 정작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를 비롯한 파이프라인만 강국이지 이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지식이나 정보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앞으로 지식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식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데이터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데이터센터가 인프라 및 공간을 대여해주는 물리적 방식의 사업 체계였다면 이제는 유틸리티 컴퓨팅ㆍ소프트웨어(SW)자원화 등 컴퓨팅 자원까지 제공하는 논리적 방식의 사업 체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IT분야의 차세대 산업군으로 자리잡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박종암=앞서 언급한 정보화 사회로의 진화를 감안하면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산업화 시대에 TV를 비롯한 전자기기에서부터 최근의 반도체 등 가시적인 것들만이 IT산업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못한다고 본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정보화 사회에서의 하나의 기반 시설로 봐야 한다. 주요 IT기기들이 수요자 측면에서 다뤄지는 것과 달리 데이터센터는 공급자 측면에서 다뤄져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간과되는 면이 없지 않은데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홍철원=어떤 분야를 산업으로 보느냐는 국가 경제와 산업에 기여하는 역할에 따라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광산업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IT인프라가 집적되는 데이터센터가 산업에 기여하는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데이터센터 없이 경제 주체와 산업이 해야할 일들이 제대로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겠는지를 감안한다면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강중협=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 군으로 볼 수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이미 IT업계에서는 이를 하나의 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본다. 이미 HP와 IBM 등 기존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데이터센터 관련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뛰어들고 있는 만큼 변화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남궁민=데이터센터의 산업 분류 체계가 모호한 점이 산업 육성 자체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미 정부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전제적인 정보통신산업의 한 부분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분류 체계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우려하듯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가시적인 육성 정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과거 기업의 전산실과 같이 그동안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오는 2015년에는 데이터 양이 현재보다 200배에서 300배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향후 정보화 사회에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 될 것이다.
◇사회=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데이터센터를 친환경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산업 육성 및 발전 방안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데이터센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져야 할 시각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박경석=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은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사항에만 국한하지 말고 보다 다양한 시각과 사고에 기반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목동 ICC를 구축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음에도 오피스 건물 기준에 준해서 주차장과 같은 기반 시설을 동등하게 마련하기 위해 투자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감안, 보안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디자인 심사 등 미관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항 때문에 물리적인 보안 수준을 더욱 고도화해 구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데이터센터의 현실에 맞춘 기준과 규제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철원=동감한다. 롯데정보통신에서도 2차 데이터센터 구축 시 냉매를 지하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하수도료 부과 등에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외기 도입 시스템 등 새로운 데이터센터 설비에 대한 비용 지원도 보다 활성화했으면 한다.
◇김효성=지난 8월 산ㆍ학ㆍ연 전문가 100여명이 친환경 IT인프라 구현 방안을 연구하는 `FIT포럼(Future IT Infra Forum)'이 출범했다. 향후 미래형 친환경 IT인프라 구현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직류전원(DC) 및 저전력 IT시스템 도입 등 고효율 IT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데이터센터와 연관되는 연구 및 사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관련 법제도화 추진도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
◇사회=이번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오늘 좌담회를 통해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대한 발전적인 방향의 논의가 보다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IT분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가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말씀을 해주신 패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