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세대 IT 혁명의 주인공 '스마트카' <<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IT 전시회 'CES 2015'와 'MWC 2015' 행사장은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참여했다. 올해 행사에서 아우디, BMW 등 자동차 제조사는 각각 LG전자, 삼성전자와 협력해 개발한 스마트시계를 활용한 원격 제어 방식을 선보였고, 폭스바겐은 동작 인식을 통해 차량 내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선보였다.
이 같이 IT 기술을 더한 자동차, 이른바 스마트카는 과거 웹과,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디바이스인 휴대전화를 통해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났듯 가장 밀접한 이동수단인 자동차를 통해 새로운 IT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 외에도 IT산업의 선두주자인 애플과 구글 역시 스마트카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자동 주행 기능을 탑재한 무인 자동차와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카 열풍에 따라 자동차업계의 전략은 물론 소비자들의 구매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엔진, 연비 등 성능이 자동차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였지만 앞으로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전자장비부품 등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스마트카 시대를 위해 업계가 노력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똑똑한 자동차
똑똑한 자동차라는 뜻의 스마트카 관련 기술은 큰 관점에서 볼 때 내비게이션, 후방센서, 후방카메라 기능 등도 스마트카 기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기능같이 과거부터 존재하던 스마트카 기술에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디스플레이 기술과 통신 기술이 결합되면서 더욱 새롭고 다양한 기능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점이 자동차가 IT 전시회에 등장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카 관련 기술은 크게 안전성, 편의성, 접근성 등을 높이는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기술인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는 센서를 이용해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하거나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알려주며, 위급 상황 시 제동장치를 작동하게 해준다. 차선 이탈을 감지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방법의 알림을 제공하는 기능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차량 전방에 설치한 적외선 센서를 통해 앞 차와의 거리를 계산하고, 일정 수준 이상 가까워지면 경고음이나 진동 등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나 차량 내부에 있는 카메라로 운전자의 얼굴을 감지해 운전 중 장시간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졸음운전을 하고 있을 때 경고 알림을 해주는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좌석에 앉으면 등받이나 운전대 등이 사용자 체형에 맞게 위치가 자동 조정되거나 스마트시계 등 기기와 연동해 시동을 걸고 원격에서 차량 내부 기능을 조작하는 기능 등은 운전자 편의성을 위한 기술에 해당한다. 음성 인식이나 사용자 동작을 통한 제어 방식 등은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 분야에 해당한다. 앞 유리에 속도, 경로, 위험 요소 정보 등을 표시해주는 HUD(Head Up Display)가 대표적이다. HUD는 향후 증강현실과 결합이 가능하다. 작은 화면에만 표시되던 내비게이션이 앞 유리 전체에 나타나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직접 안내해줄 수 있다.
이들 기술은 운전자 안전 및 편의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할 경우 사용자가 음성으로 내비게이션상에 목적지를 표시할 수 있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또 제스처를 통한 입력 방식 역시 운전 중 각종 차량의 기능 작동을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를 줄여주기 때문에 운전자는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자동차 선택의 주요 변수 'SW'
이 같이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하나의 스마트 기기로 변신하고 있다. 자동차의 이러한 변신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고객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엔진, 연비, 디자인 이외에 얼마만큼의 스마트 기능을 갖췄는지도 자동차 선택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카는 이제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IT 업계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카의 운영체제(OS)는 탄탄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누적돼 있지 않으면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자동차 업계 이외에도 애플, 구글을 비롯한 다양한 IT 업계가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애플, 구글 등 IT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자동차업계가 따라오기에는 아직 버거운 게 사실이다.
현재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자동차에서 구현할 수 있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인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각각 출시했다. 애플 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업계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포드, GM 등 제조사들은 MS 등 IT 업체와 협력을 통해 자체적인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란 게 대부분 업계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담당자는 "현재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재규어, 랜드로버, 토요타, 닛산, 볼보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차량에 애플 카플레이 혹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카 시대를 예견해 오랜 시간 준비해온 것을 자동차 업계가 단기간에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과 동시에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주행 제어 소프트웨어', '편의 제어 소프트웨어' 등으로 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향후 자동차 업계의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무인자동차를 위한 주행 제어 소프트웨어에 자동차 업계는 물론 세계적인 IT 업체들의 관심이 높다.
자동차 업계는 무인자동차를 위한 주행 제어 소프트웨어만큼은 결코 외부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며 구글과 애플 등 IT 업체 역시 무인자동차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구글X리서치 랩을 통해 2∼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무인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모바일 차량중계와 공유 서비스업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IT기업들이 무인자동차 사업에 있어 자동차 업계를 따라잡기에는 무리라는 게 대부분 업계의 입장이다. 전통적인 자동차기업들이 이미 배터리, 대체동력, 자율주행 분야에 엄청난 연구개발(R&D) 자원을 쏟아 붓고 있고, IT기업의 도전에 맞서 무인차 개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에 비해 IT기업들은 전통 제조업에 대한 인식도가 낮아 자동차산업 특유의 유통구조와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IT기업들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기술로 무인자동차 개발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자동차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를 따라가는 데 무리일 것"이라며 "IT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협력한다면 무인차 산업을 가속화할 수 있겠지만, IT업계 만으로 자동차산업의 본질적 부분까지 파고들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SW기술로 스마트카 시장 선점
국내 업체들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로 다가올 스마트카 시대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행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MDS테크놀로지는 자동차에서 전자장치나 시스템 부품을 구동하기 위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MDS테크놀로지의 대표 기술은 '미러링크'와 'HMI(Human Machine Interface)' 솔루션이다. 미러링크는 스마트폰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카 기술로 자동차용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개발할 필요 없이 손쉽게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HMI는 운전자와 차량간 의사소통 역할을 하는 기술로 차량 내 각종 기능에 대한 정보 전달 및 제어를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또 HMI 솔루션은 늘어나는 스마트카의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인포뱅크 역시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차량 내 위치 정보, 안전 운전, 오락, 정보 검색 등 각종 모바일 기술과 연동된 '텔레매틱스' 기능과 모바일 기기를 차량과 연결해 음악, 동영상 등을 즐기도록 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인포뱅크의 텔레매틱스 솔루션은 CAN(Controller Area Network) 통신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차량 진단 및 관리를 위한 정보로 가공해 3G, LTE 통신을 이용해 텔레매틱스 관제 센터로 전송하는 서비스다. 이 기능을 통해 차량진단, 원격시동, 자동사고통보, 도난추적, 주차위치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유비벨록스는 차량용 단말에서 제공되는 기능뿐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카 오픈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 등 운전자에게 기존의 자동차와 다른 기능들을 제공하고, 차량용 앱스토어를 통해 차량 안에서도 기존 스마트폰 앱 뿐만 아니라 차량용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오토모티브 위젯 기능을 활용해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운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정보에 접근 차량 내부의 정보는 물론, 차량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서비스나 정보를 손쉽게 이용하도록 지원한다.
스마트카 육성을 위한 정부 역할 중요
한편, 정부 역시 스마트카를 비롯한 5G 이동통신, 무인항공기 등 19개 기술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선정, 2020년까지 총 5조 6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수출 1000억달러(약 110조) 규모의 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획을 위해 정부는 올해 스마트카에 282억원을 투자한다.
아직까지 국내 스마트카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국내 자동차 산업 성장 패러다임이 완성차에서 부품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자동차부품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으로 구성된 '자동차-IT 융합 뉴비즈 지원단'을 설치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는 IT·전자 업체를 대상으로 정보 제공, 자동차 기업 연결, 기술 평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스마트카는 선진국의 기술이 독점하던 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국내에서는 시장크기도 작고 시작도 늦었다"며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력이 강한 만큼 기술개발 등에 스마트카 육성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걸음마 단계인 국내 스마트카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대차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균형적인 지원을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사이트]
※ 컴퓨터월드 (http://www.comworld.co.kr/)